11 July 2025

마음 편히 글 쓰는 시간은 기차로 이동하는 시간뿐이군요. 저는 현재 함부르크에서 뒤셀도르프로 달리는 ICE 안입니다. 낮에 촬영하다가 어디 오래 앉아서 시간 보낼 여유도 없고, 촬영 후 숙소에 들어와서는 피곤해 그냥 잠들어 버려요. 카메라 배터리는 하나씩 충전해야 하는데 하나당 2시간도 넘게 걸리는 것 같아요. 다음 날까지 3개 충전에 대략 6시간 그 이상이니 알람을 3시간 간격으로 맞춰놓고 충전하고 있어요. 아니면 잠을 못 자거나, 다음 날 촬영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고 보면 배터리 충전도 전체 작업에 꽤나 비중 있는 일이군요.
어쨌든 저번 글에 렌즈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는데 핫셀블라드 렌즈 수리는 독일도 마찬가지로 스웨덴으로 보내야 하니 최소 3주가 걸린다고 해서 애초에 포기했고, 제 카메라에 붙일 수 있는 렌즈 중 같은 초점거리 렌즈 가운데 기존에 사용하던 렌즈보다 가볍고 크기는 거의 반인 XCD 45P 렌즈가 있는데 그게 제 작업에 적합할 듯해 함부르크에 도착해서 카메라 가게 문 열 시간 맞춰 방문해 주문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초고속으로 그날 오후 새 렌즈를 받아서 정말 유용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주문한 날 렌즈를 받으리라고는 정말 꿈도 꾸지 못했고, 가게에서 처음에는 최대한 빨리 받으면 이틀 후에나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급한 촬영이 있어서 그러니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물었더니 한참을 고민한 후, 그래 오후에 받도록 최대한 노력해 볼게라고 하더니 정말 오후에 잘 받았습니다. 뭔가, 하지 않아도 될 수고를 했으니 제가 그렇게 빨리 렌즈를 받을 수 있었겠죠? 카메라 가게에 감사한 마음 잊지 않을게요. 원래는 보조 카메라로 일단 촬영하고 새 렌즈 받으면 그중에 중요한 건물들을 다시 촬영하려고 했거든요. 그러니 렌즈를 빨리 받아서 시간을 얼마나 절약한 지 몰라요. 다시 한번 감사!
위 사진은 함부르크 중앙역 맥도날드에서 잠깐 식사하다 촬영한 사진인데 제 새 렌즈가 보입니다. 공백 없이 메인 카메라로 곧바로 다시 촬영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에 한번 찍어 봤어요. 덧붙여 맥도날드 바로 이 자리에서는 함부르크 중앙역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게 가능한데, 멋진 풍경을 보는 듯 기분이 좋고 재미있었어요. 독일 중앙역들은 딱 제 취향이에요. 멋져요!
:)
7 July 2025

이제 독일에서 건축조각 촬영 작업을 한 지도 한 달이 다 되어 가는군요. 현재 저는 베를린에 있는데 오늘(정확히 말하자면 내일 새벽) 함부르크로 갑니다.
베를린(포츠담 포함)에서 계획했던 촬영은 어제로 모두 마치고 오늘은 그동안 다녀보지 않은 길들을 다니며 건물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매번 구글이 알려주던 길로만 다니다가 다른 길로 가보니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재미있는 건물들이 많습니다. 건축조각 촬영 작업엔 날씨가 흐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데 비가 오면 작업을 할 수 없어요. 비를 맞는 게 문제가 아니라 건물에 비까지 겹쳐 촬영되어 이미지가 깔끔하게 나오지 않아요. 마치 노이즈가 심한 사진처럼요. 그런데 오늘은 비가 오다 말다 변덕이 심해 잠시 스타벅스에 들어와 쉬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제가 날씨 요정이라도 된 듯 해가 쨍쨍(사실상 비 안 오는 흐린 날이 건축조각 작업엔 더 좋습니다. 구름 때문에 확산광 효과가 나거든요)했어요. 하늘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 와서 역사 속 의미 있는 건물을 다수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좋았던 점은 베를린에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eBoy 쇼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연히 그곳을 방문해 구경했는데 큰 감동이 밀려왔어요. 벽에 걸려 있던 작품들은 거의 모두 웹사이트나 도록을 통해 그동안 보아왔던 것이지만, 그걸 실제 eBoy 공간에서 봤다는 점이 좋았어요. 한참을 구경하고 eBoy 스티커까지 선물로 받았습니다. 밖에서 보면 참으로 수수해 보이는 공간이지요. 제 작업실이 이 근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어쨌든 저번 글에 카메라 튼튼하다고 말한 게 무색하게 렌즈에 문제가 생겨 현재는 보조 카메라로 촬영 중에 있는데(역시 카메라 2대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 함부르크에 가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할 듯합니다. 아직 촬영할 게 많이 남았는데 계속 보조 카메라로 작업하는 것은 좀 아닌 듯해서요.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중요한 건물은 이미 모두 메인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사실이고, 카메라가 아니라 렌즈가 문제란 점이지요.
현재까지 촬영한 데이터 크기를 보니 RAW 파일로 700기가 정도 됩니다. 앞으로 촬영할 데이터도 이 정도 될 듯해요. 이 모든 데이터를 잘 다듬어서 멋진 건축조각을 만들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

지나가는 말
1. 숙소에서 저녁에 요거트나 푸딩, 혹은 샐러드라도 먹으려면 숟가락이 필요하군요. 마시거나, 손으로 먹거나, 뚜껑 접어서 먹다가 이케아에서 아이들용 스푼 포크 세트 사서 사용하니 호모 파베르가 된 듯해요.
2. 스타벅스에 스위트너가 있네요. 이거 한 알 입에 넣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 마시고 입에서 녹이면 맛있습니다. 계속 이렇게 마시고 있어요. ㅎㅎ
*이 글 다 쓰고 비가 그쳐 나가려 했더니 갑자기 천둥 치며 또 소나기가 오네요. 날씨 참.

23 June 2025

독일 건축조각 작업 중
오늘(6월 23일)로 독일 건축조각 작업을 시작한 지 거의 2주가 되어가는군요.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을 시작으로 비스바덴, 마인츠, 베츨라어를 다녀오고 하이델베르크, 카를스루에, 바덴바덴, 슈투트가르트를 거쳐 현재는 뮌헨에서 뉘른베르크로 달리는 ICE 안 자전거 칸입니다. 처음 계획은 매일 촬영하고, 저녁엔 컴퓨터 작업도 하고, 웹 업데이트도 하려 했는데 막상 하루 종일 촬영하고(해가 길어서 거의 밤 9시까지도 촬영하고 있어요) 숙소 들어오면 지쳐서 기절하듯 잠들어 버려요.
저는 촬영할 때는 항상 카메라를 2대 가지고 다니는데, 짐을 줄이려 1대만 가져오려다가 마지막에 2대 가져왔는데 그러길 천만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촬영 컷 수가 많다 보니 메인 카메라 배터리가 3개나 되는데도 모두 사용해버려서 다른 카메라로 교체해서 촬영하고 있어요. 제 카메라는 핫셀블라드인데 긴 시간 촬영하다 보니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카메라가 뜨거워져서 하루하루 고장 안 나고 잘 버티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업하다 보면 역시 잔기능 많은 기계는 별 필요가 없고 본 역할 잘하고 튼튼한 게 최고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듭니다. 제 독일 건축조각 로고를 보면 접이식 자전거도 보이는데, 사실상 제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진도구 중 하나입니다. 하루에 촬영할 수 있는 건축물 수를 거의 5배 혹은 그 이상 올려줍니다. 어쩌면 건축조각 작업에서 카메라나 컴퓨터만큼 비중이 크다고 할까요? 그래서 로고에도 넣었지요. 어쨌든 카메라도 자전거도 엄청 혹사시키고 있는데 잘 기능하고 있는 걸 보면 참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습니다.
아직 촬영할 도시가 많이 남았는데 계획한 대로 탈 없이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 이제 독일 동쪽으로 가서 북쪽으로 이동할 예정인데 처음에 말했듯이 제안하고 싶은 건축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최대한 반영해 보도록 할게요.
독일은 정말 오랜만에 다시 와보는 나라입니다. 다니다 보니 기억나는 것도 많아요. 하지만 건축조각을 만들기 한참 전에 와보았던 곳이라, 그때 촬영한 사진에는 건축조각에 사용할 만한 이미지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건축조각엔 독일 건축물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번 촬영 작업으로 많이 제작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올해 말이나 내년엔 독일 건축조각 전시를 열 수도 있겠습니다.
:)
10 June 2025
